티스토리 뷰

은각사를 나서며 철학의 길로 접어들었다. 날씨가 좋았더라면 자전거를 빌려 달렸을 텐데, 빗속에 우산을 받쳐 들고 걷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빗소리가 깔리니 이 오래된 길이 더 고즈넉하게 느껴졌다.


길 중간에 호넨인이라는 작은 사찰이 눈에 들어와 발길을 돌렸다. 경내에는 사람 하나 없었다. 비에 젖은 이끼와 텅 빈 경내가 어우러져 묘하게 스산한 분위기를 풍겼고, 나도 모르게 일본 공포영화의 한 장면이 머릿속을 스쳤다. 오래 있지는 않았다.



은각사에서 난젠지까지는 걸어서 삼십 분 남짓. 목적지인 수로각에 도착하니 평소라면 인파로 북적였을 공간이 한산하게 비어 있었다. 덕분에 서두르지 않고 편하게 셔터를 눌렀다. 붉은 벽돌 아치 너머로 초록이 무성한 풍경은 비가 와서인지 색이 더욱 짙고 선명했다.





어차피 여기까지 걸은 거, 숙소까지 걷기로 마음먹었다.
걷다 보니 수학여행철이 시작된 모양인지 고등학생 무리들이 삼삼오오 지나쳤고, 단체 버스도 자주 눈에 띄었다.







야사카 신사 앞에서도 단체복 차림의 학생들이 왁자지껄했다.
슬쩍 구경하고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걷다가 뜻밖의 반가운 얼굴을 마주쳤다. 짱구 가챠 기계. 이번엔 흰둥이를 기대하며 500엔짜리 동전을 넣었는데, 나온 건 짱구였다. 흰둥이는 아니었지만 퀄리티가 제법 좋아 손에 쥐니 흐뭇했다.

천변을 지나는데 빗속에서도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보였다.
자전거 앞에 우산을 꽂는 거치대를 달고, 우비까지 갖춰 입고서 유유히 페달을 밟고 있었다.
비 때문에 자전거를 포기한 내가 조금 머쓱해지는 순간이었다.

잡화점에도 잠깐 들어가 구경을 했다. 일본의 풍경을 담은 그림들이 다양하게 걸려 있었는데,
저 풍경을 그대로 집으로 가져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숙소 근처 편의점에서 간단한 간식을 사들고 방으로 들어왔다. 비 오는 교토를 하루 종일 걸어 다녔다.
유명한 관광지는 사람에 치이기 마련이지만, 한 발짝만 벗어나면 푸른 나무와 오래된 건물이 조용히 공존하는 길이 이어졌다.
비가 와서 아쉬웠냐고 묻는다면, 꼭 그렇지만도 않았다고 답하겠다.
'바다건너 > 일본' 카테고리의 다른 글
| [5월여행] 비오는 날의 은각사 (0) | 2026.03.15 |
|---|---|
| [5월여행] 비오는 교토 거리 뚜벅 뚜벅 (1) | 2026.03.02 |
| [5월여행] 일본인의 수학여행지 청수사 (기요미즈데라) (1) | 2026.02.21 |
| 교토 여행의 시작, 소테츠 프레샤인 (2) | 2026.02.19 |
| 오사카 유니버셜 투어 - 해리포터, 코난, 미니언즈 (0) | 2026.02.18 |
- Total
- Today
- Yesterday
- 전주
- 12월여행
- 여름여행
- 대만여행
- 1월여행
- 싱가포르
- 말레이시아
- 일본여행
- 장가계
- 건대
- 홍콩
- 겨울여행
- 5월여행
- 스쿠터여행
- 야시장
- 미국여행
- 혼자여행
- 제주여행
- 태국
- 대만
- 타이페이
- 터키여행
- 씨엠립
- 샌프란시스코
- 방콕
- 맛집
- 제주도
- 야경
- LA여행
- 카페
|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 1 | 2 | |||||
| 3 | 4 | 5 | 6 | 7 | 8 | 9 |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 31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