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각사를 나서며 철학의 길로 접어들었다. 날씨가 좋았더라면 자전거를 빌려 달렸을 텐데, 빗속에 우산을 받쳐 들고 걷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빗소리가 깔리니 이 오래된 길이 더 고즈넉하게 느껴졌다. 길 중간에 호넨인이라는 작은 사찰이 눈에 들어와 발길을 돌렸다. 경내에는 사람 하나 없었다. 비에 젖은 이끼와 텅 빈 경내가 어우러져 묘하게 스산한 분위기를 풍겼고, 나도 모르게 일본 공포영화의 한 장면이 머릿속을 스쳤다. 오래 있지는 않았다. 은각사에서 난젠지까지는 걸어서 삼십 분 남짓. 목적지인 수로각에 도착하니 평소라면 인파로 북적였을 공간이 한산하게 비어 있었다. 덕분에 서두르지 않고 편하게 셔터를 눌렀다. 붉은 벽돌 아치 너머로 초록이 무성한 풍경은 비가 와서인지 색이 더욱 짙고 선명했다..
흐리던 하늘이 결국 비로 바뀌었다. 잠깐 내리다 마는 비가 아니라, 오후 내내 이어지는 비였다. 자전거를 타고 교토 시내를 누빌 계획이었는데, 그 기대는 조용히 접어야 했다. 청수사에 이어 다음 행선지는 은각사. 근처에서 식사를 하고 천천히 둘러볼 생각이었다. 마침 브레이크타임이 아닌 식당이 마땅치 않아 은각사 근처의 오므라이스 가게로 향했다. 노부부가 운영하는 곳이라고 했다. 골목 안쪽 깊이 자리 잡고 있어서 찾는 데 꽤 애를 먹었다. 가게 이름은 후카 긴카쿠지. 막상 도착하니 영업 종료 표지판이 걸려 있었다. 발길을 돌리려는 찰나, 주인 할아버지가 문을 열고 나오셨다. 혼자냐고 물어보시더니 그냥 들어오라고 하셨다. 덕분에 다른 식당을 찾아 빗속을 헤매지 않아도 됐다. 작은 가게였다. 좌석도 몇..
산넨자카는 아마 교토에서 가장 사람이 많은 곳이 아닐까 싶다. 청수사에서 나오면 바로 이어지는 거리로, 양쪽으로 늘어선 고풍스러운 상점들이 교토의 옛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인다.사람이 없을 때 찍으면 화보 못지않은 사진이 나오는 곳인데, 문제는 그 타이밍을 잡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아침 일찍 서둘러 가도 어느새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하니 말이다. 길 양쪽으로 늘어선 고풍스러운 건물들은 모두 기념품과 먹거리를 파는 상점들이다. 아기자기한 장식물들이 눈길을 사로잡지만, 가격은 그리 아기자기하지 않은 것이 함정. 한 상점 앞에서는 고양이도 나란히 구경 중이었다. 산넨자카(三年坂), 니넨자카(二年坂). 이름은 각각 '3년'과 '2년'을 뜻한다. 전해지는 말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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